1997년의 성시원은 토니안의 왕팬이다. 초반에 토니안이 직접 나왔고, 파란색에 흰줄 그어진 티뷰론까지 나왔다.
반갑더라 포카리. 청춘의 한구석을 장식한 HOT, 에이치오티.
대중가수를 몰랐다. 아는 가수라고는 길에서 자주 나오는 노래를 부른 쿨, 클론, 김건모가 다였다.
아빠가 사다 준 히트곡 테이프를 들었고, 가요프로는 제대로 챙겨본 적이 없었다. 초등학교 5학년때까지는.
그러다 5학년 때 내 짝꿍 박ㅈㅇ이가 HOT를 좋아했고, 다섯명 멤버 이름까지 다 알려줬다.
캔디로만 알고있던 그 그룹 멤버들 이름, 생년월일, 숫자, 색깔을 외우는 것부터 시작해서, 팬질은 시작됐다.
사춘기였기에 잘생긴 오빠들은 (당시엔 왼쪽눈을 가린 문희준 머리도 정말 멋지다고 생각했다ㅋㅋ) 점점 특별한 존재가 되었다.
하얀 풍선을 흔들며 응원한 H.O.T. (쩜을 찍어야 에이치오티였다!)
음반 발행일에 달려가 브로마이드 받던 그 때, 제일은행 가서 공연 예매하던 그 때,
오빠들 나온 잡지 열심히 사 모으고, 사진과 엽서를 앨범에 차곡차곡 모으던 그 때.
방송 녹화에 녹음에, 1회만에 막내린 토크쇼 Log in HOT, 영화 평화의 시대, 음료수 틱톡, 그들이 쓴 자서전까지 있었다.
HOT음반은 1집부터 5집까지, 라이브에, 공연실황영상까지 다 가지고 있다. SM타운 캐롤집, 신화와 SES음반까지 다 샀다.
용돈을 모으고 모아, 뭘 그리 많이도 샀는지, 나같은 애들이 지금의 SM을 만든거다.
하이텔 오방장군, 천리안 리옷도 했었다.
HOT는 5집 아이야까지 발표했다. god가 육아일기로 인기를 얻으며, HOT 대 god의 경쟁구도였다.
5집 활동을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아 강타가 음주운전으로 불구속입건이 되며 활동을 중단했다.
순정만화 주인공같아서 술도 안마실 것 같았는데, 음주운전이라니. 당시로선 서태지가 결혼해 살고있더라는 것보다 더 놀랄 일이었을거다.
강타로 인해 활동을 접고, 장우혁, 이재원, 토니는 SM과 계약기간이 끝나고, 문희준과 강타가 SM에 남으면서 HOT는 해체한다.
장당 인세가 20원이라는데, 문희준과 강타는 다른 세 멤버를 뒤로 하고 그 회사에 남다니, 뒷골이 당길 노릇이다.
그러나 그저 아쉽게 그들의 해체를 바라볼 수 밖에 없었다.
응답하라1997에서 잘 알려진 HOT팬인 시원이를 보며 그 때 생각이 많이 난다.
성시원 역할을 맡은 정은지양이 1993년생이란다. 은지는 잘 모르겠구나. 아주아주 어릴 때 이야기일테니.
얼마 전 잠시 초등학생을 가르친 적이 있다. 6학년이라 키도 나만 하고, 나름대로 이야기도 잘 통하려고 노력을 했는데,
이 친구, 이효리는 아는데 핑클을 몰랐다. 유튜브에서 핑클의 동영상을 틀어 보여주었다.
2000년 생이니까 모를 수도 있겠구나. 나는 90년대를 살았고, 이 친구는 90년대에 태어나지도 않았다.
90년대는 민주화 투쟁도, 먹고 살 걱정도 전보다 줄었다. 선진국 문턱에 들어선 시기였다고 할까.
당시 생활을, 문화를 기억하고 추억할 수 있어서 감사하다.